돛대에 몸을 묶고 사이렌의 노래를 듣는 율리시즈의 부릅뜬 두 눈은, 고통과 희멸에 벌어진 입은, 말한다. 들어라, 가능한 한, 많이 귀 기울여 들어라. 그러나 빠져들지는 말라. 사이렌에 대항한 율리시즈(오디세우스)의 영웅담은 유명하다. 율리시즈는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대항하기 위하여 선원들에게는 솜으로 귀를 막고,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은 채 그녀의 노래를 듣고도 유혹을 이겨내어 위기를 넘긴다. 여기서 율리시즈는 비평가에 비유된다. "그런 의미에서 율리시즈는 또한 분석가들의 아버지가 아닐 것인가. 그는 말한다. '들어라, 가능한 한, 많이, 귀 기울여 들어라. 그러나 빠져들지는 말라'고"(28쪽). 비평가는 문학이라는 허상에 귀를 막으면 안 된다. 하지만 그 환상에 빠져들어서도 안 된다. 기둥에 몸을 묶고, 돌아가야 할 이타카를 꿈꾸며, 사이렌의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. 그렇다면 사이렌이 부르는 노래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율리시즈가 묶인 기둥은 어떤 의미가